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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로 지금이지. 그 때가 따로 있는 것은 아니다. 법정스님 .
꽃의 전설 이야기/꽃이야기

변산바람꽃 이야기(현진오 박사님의 글)

by 부용-芙蓉- 2006. 10. 26.


변산바람꽃


바닷가 산을 좋아하는 까닭은 변산반도에서 태어났기 때문일까? (현진오 글) 열대나 아열대 지방에 사는 식물 가운데는 우리의 한겨울에 해당하는 1-2월에 꽃을 피우는 것이 많다. 사계절이 뚜렷하게 구분되는 온대지방에서 겨울은 대부분의 동물과 식물들이 겨울잠을 자는 시기지만, 우리나라에 자라는 식물들 중에서도 열대나 아열대에 고향을 둔 것들은 이때 꽃을 피우기도 한다. 이들은 남해안과 제주도 등 따뜻한 곳에 자라며, 겨울에도 잎이 떨어지지 않는 상록수이거나 상록성 여러해살이풀이 많다. 수선화, 동백나무, 팔손이나무, 비파나무, 우묵사스레피, 송악 등이 이런 종류다. 그런데 이들 남쪽에 고향을 둔 남방계 식물들이 겨울철에 꽃을 피우는 것은 우리에게 별 감흥을 주지 못한다. 겨울에 꽃을 피우는 성질을 태생적으로 가진 것들로서 말 그대로 겨울꽃이기 때문이다. 또한 남방계 식물까지는 아니지만 온대지방에 분포하는 식물로서 겨울에 꽃을 피우는, 이를테면 광대나물, 별꽃, 개불알풀 등은 역경을 헤치고 피는 봄꽃이라는 이미지로는 어딘가 성에 차지 않는 구석이 있다. 이들은 가을부터 겨울을 거쳐 봄까지, 날씨가 조금 따뜻해지기만 하면 꽃을 피우는 성질을 가졌기 때문이다. 더욱이 이 꽃들은 마을 근처 들판과 밭에 자라기 때문에 인공이라는 느낌마저 들어 큰 감동을 주지 못한다. 겨울은 추운 것임을 굳게 믿는 우리들에게 겨울에 피어 감동을 전하는 식물로는 북방계 식물이 제격이다. 북쪽에 고향을 두어, 봄이 아니면 결코 꽃망울을 터뜨리지 않을 것이라 믿어지는 식물이 겨울 눈 속에서 꽃을 피울 때, 우리는 감동한다. 진정한 봄꽃 가운데 일찍 피는 것이라야 감동도 그만큼 크다는 것이다. 겨울에 서둘러 피는 봄꽃을 보고 싶어 하는 마음은 꽃을 통해 먼저 새봄을 맞으려는 데서 비롯된다. 역경을 이겨내면 봄이 온다는 믿음과도 통한다. 하지만, 중부지방에서는 앉은부채, 너도바람꽃, 애기괭이눈, 복수초 등 일찍 핀다는 봄꽃들조차 3월은 되어야 꽃소식을 전해준다. 변산바람꽃은 2월 초순부터 봄소식 전하는 특산식물 변산바람꽃은 봄을 기다리는 우리들을 감동시키고도 남을 만한 식물이다. 봄꽃이지만 2월부터 꽃을 피우는 것은 물론이며, 마을 부근이나 밭가 등 쉽게 눈에 띄는 장소에서 자라지 않고 깊은 산 속에서 자라기 때문이다. 더욱이 꽃은 지름이 2-3cm나 되어 크고, 흰색으로서 수수하면서도 화려하여 추위를 이겨내며 봄을 기다리는 우리네 정서와 딱 맞아떨어진다. 2월 초순 제주도에서 피기 시작하여 2월 중순 내장산에서 피고, 아무리 추운 설악산이라 하여도 3월 20일경이면 피므로 채 봄이 오기 전에 피고 지는 꽃인 셈이다. 이처럼 일찍 피는 바람에 식물학자들조차 오랫동안 이 식물에 주목하지 못했다. 너무 일찍 꽃이 피므로 관찰하고 채집할 기회가 없었던 것인데, 전북대학교 선병윤교수에 의해 1993년에야 발견되어 비로소 빛을 보게 되었다. 변산바람꽃이라는 이름도 이때 처음 발견된 장소가 전라북도 변산반도이기 때문에 붙여졌다. 첫 발견 이후에 한라산, 토함산, 마이산, 내장산, 선운산 등지에서 추가로 확인되어 베일에 가려졌던 분포 지역이 서서히 밝혀지고 있다. 남부지방과 중부 이남의 서해안과 동해안 등 비교적 따뜻한 곳에서 발견되고 있는데, 흥미로운 것은 동해안을 따른 분포로서 경주 토함산 이후에 훌쩍 뛰어넘어 설악산의 동해 쪽 사면에서 자란다. 속초에 살고 있는 산악사진가이자 자연다큐멘터리 촬영감독 성동규선생이 5-6년 전에 설악산에도 변산바람꽃이 자란다는 얘기를 들려주었다. 너도바람꽃을 잘못 본 것이 아닌지 의심이 갈 뿐, 도무지 믿을 수가 없었다. 하지만, 성감독도 여러 해 동안 설악산 식물을 촬영해온 사람이라는 것을 생각하면 믿지 않을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당시는 변산바람꽃이 세상에 발표된 지 얼마 되지 않을 때여서 변산바람꽃이 자라는 곳으로서 변산반도 외에 마이산, 여수, 제주도 정도만이 알려져 있었다. 지금처럼 동해안을 따라서 경주까지 자란다는 사실도 모를 때였다. 그러니 제주도와 서남부 지방에만 자라는 식물이 설악산에 뚝 떨어져서 살고 있으리라고는 예상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설악산은 변산바람꽃의 최북단 자생지 그 해 3월 20일 설악산을 찾았다. 이맘때는 대청봉에 흰 눈이 한창 남아 있을 시기여서 꽃이라고는 기대하기 어렵다. 하지만 설악산의 동쪽 사면은 해양성 기후의 영향으로 어느 정도 봄기운을 느낄 수 있는 때이기도 하다. 성감독은 설악동 부근의 어떤 곳으로 나를 안내했다. 곳곳에 잔설이 남아 있어서 새싹이라고는 발견할 수 없을 것 같았지만, 그곳에서는 현호색 종류와 노루귀가 이미 꽃봉오리를 달고 있었고, 활짝 핀 변산바람꽃이 있었다. 처음에는 내 눈을 의심했고, 뒤이어 누군가 옮겨 심은 것은 아닐까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하지만 개체수가 많았고, 또 조금 떨어진 다른 곳에도 자라고 있는 것을 확인하고는 자생이라고 판단할 수밖에 없었다. 평소에도 재미있는 얘기로 사람들에게 인기 많은 성감독이지만, 이날 들려준 얘기는 내게 매우 흥미로웠다. 그 얘기는 대충 이런 것이었다. 오래 전에 변산바람꽃을 발견하고, 너도바람꽃과는 뭔가 다르다는 생각이 들어서 식물학자에게 그것을 문의하였다. 그런데 조금 후에 다른 학자가 전라북도에서 발견하여 한국특산 신종으로 발표했다. 내가 문의했던 학자는 그것을 새로운 것으로 확신하지 못했고, 그 때문에 더 이상 연구가 진행되지 못해 신종 발표를 다른 학자에게 넘겨주고 말았다. 변산바람꽃은 전 세계 어디에도 없는 우리나라 특산식물이다. 몇 해 전 이 식물이 일본 백화점에서 팔리고 있는 사실이 알려져 사회문제가 된 적이 있다. 특산종이므로 일본에는 있을 리 없고, 누군가 일본으로 몰래 가져갔던 것이다. 눈에 보이지 않게 시작되고 있는 국제적인 생물자원 전쟁 시대에 벌어진 이 사건은 식물자원의 해외 유출이라는 데서 많은 우려를 낳았다. 특히, 과거에 이미 해외로 유출된 우리나라의 다른 식물들과는 달리 변산바람꽃은 최근에 발견됨으로써 아직까지 유출되지 않은 몇 안 되는 식물자원이라는 점에서 더욱 심각한 문제로 지적되었다. 하지만 이처럼 보호해야 할 충분한 이유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법정보호식물 지정 등 보호 장치가 마련되지 않아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변산바람꽃은 미나리아재비과에 속하는 여러해살이풀로 키는 10센티미터쯤으로서 작다. 꽃은 2월부터 3월까지 피는데, 꽃받침잎은 5-7장, 꽃잎은 4-11장이다. 꽃에는 신기한 특징이 있다. 꽃받침잎이 꽃잎보다 더욱 크고 화려하여 꽃잎처럼 보인다는 것이다. 식물의 꽃을 이루는 여러 기관 가운데 가장 화려한 것은 꽃잎인 게 보통이지만 변산바람꽃의 꽃에서는 꽃받침잎이 한층 더 크고 화려하다. 꽃잎은 꽃받침 안쪽에 수술과 함께 모여 있어서 수술로 착각하기 쉽다. 깔때기 모양이고, 끝 부분이 노란색 또는 녹색을 띠며, 꽃밥을 달고 있지 않아서 수술과 구분된다. 너도바람꽃은 중부지방의 산 속에서 가장 먼저 피는 꽃 변산바람꽃과 형제뻘 되는 식물로서 너도바람꽃이 있다. 같은 집안, 즉 같은 속(屬)에 속하는 이 풀꽃 역시 일찍 꽃을 피우는 봄꽃이다. 중부지방에서도 3월 중순경이면 피기 시작하여, 3월 하순부터 4월 초순에 절정에 이른다. 서울 부근의 산에서도 볼 수 있는데, 몇 해 동안 관찰한 바로는 같은 곳에 사는 복수초보다 일찍 꽃망울을 터뜨린다. 봄의 전령처럼 알려져 있는 복수초보다 일찍 피기 때문에 눈 속에서 꽃이 핀 복수초 사진은 연출한 것이 많은 데 비해, 너도바람꽃은 자연스러운 게 많다. 너도바람꽃은 만주와 우수리 지방부터 나타나기 시작해 우리나라까지 내려와 자라는 여러해살이풀인데, 백두대간을 타고 지리산까지 내려와 자라고 있다. 하지만, 바닷가 쪽이 아니라 내륙 쪽에만 분포함으로써 변산바람꽃과는 사는 곳을 달리한다. 우리나라 전체를 보면 백두대간을 중심으로 내륙에는 너도바람꽃이 분포하고, 제주도를 포함하여 해안 쪽을 에워싸며 변산바람꽃이 분포하는 특징을 보이는 것이다. 북방계 식물이기 때문에 예전에는 경기도 이북에 자라는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너도바람꽃처럼 일찍 피는 것으로 만주바람꽃이라는 식물도 있다. 남부지방에서는 3월 중순부터 꽃이 피기 시작하고, 경기도 일대에서도 3월 하순이면 꽃을 볼 수 있다. 과거에 환경부 보호식물로 지정된 적도 있는 이 풀꽃은 우리나라에서는 매우 늦게 발견되었다. 1970년대에야 경기도 천마산 부근에서 처음 발견되었는데, 이후에 여러 사람에 의해 영동 민주지산, 천안 광덕산, 대구 일대에서 확인되었다. 몇 해 전에는 내가 전라남도 백양사 부근에서 발견하여 최남단 자생지라고 발표한 적이 있다. 이것을 본 서울대학교 서영배교수가 경상남도 와룡산에서도 채집했다고 알려옴으로써, 이 식물의 최남단 분포지가 새로 밝혀진 바 있다. 만주바람꽃과 같은 속에 속하는 나도바람꽃은 북쪽에 고향을 둔 북방계 식물이지만 한라산을 비롯하여 거의 전국의 높은 산에서 자라고 있다. 만주바람꽃보다 늦은 4-5월에 꽃이 핀다. 한라산에서 삼팔선 뛰어넘어 북부지방에만 분포하는 세바람꽃 우리말로 바람꽃이라는 이름이 붙어있다고 해서 모두가 형제뻘이라고는 할 수 없다. 남북한을 합쳐 한반도에는 이런 식물이 대략 17종류가 있는데, 너도바람꽃속, 나도바람꽃속, 바람꽃속, 매화바람꽃속 등 4개의 속으로 나뉜다. 너도바람꽃속에는 너도바람꽃과 변산바람꽃이, 나도바람꽃속에는 나도바람꽃과 만주바람꽃이, 매화바람꽃속에는 매화바람꽃이 속한다. 나머지 바람꽃 종류들은 바람꽃속에 속하는데, 가장 많은 종이 여기게 포함된다. 남한에 자라는 것만을 꽃이 피는 순서로 살펴보면 꿩의바람꽃, 숲바람꽃, 들바람꽃, 홀아비바람꽃, 회리바람꽃, 세바람꽃, 바람꽃 등이다. 꿩의람꽃은 4월 초순부터 피기 시작하여 설악산 등 높은 산에서는 5월 중순까지 꽃을 볼 수 있다. 한라산을 포함해 전국의 높은 산 숲 속에 자란다. 꽃은 지름 3-4센티미터로서 크고, 줄기에 털이 많다. 홀아비바람꽃은 꿩의바람꽃보다 조금 늦게 핀다. 둘 다 변산바람꽃처럼 꽃받침잎이 꽃잎처럼 보이는 특징을 가졌다. 중부 이북의 높은 산에 자라는데, 태백산, 설악산 등 강원도 높은 산에서는 흔하게 발견된다. 회리바람꽃은 화려한 꽃잎이나 꽃받침잎이 없는 바람꽃 종류다. 꽃잎처럼 보이는 누런색 꽃받침잎이 있기는 하지만 밑으로 젖혀지므로, 꽃에는 수술만이 있는 것처럼 보인다. 세바람꽃은 남한에서는 한라산에서만 자라고, 남한 지역을 뛰어넘어 북부지방에서 다시 나타난다. 꽃은 4월부터 피기 시작하는데, 해발 1600미터 지역에서는 6월까지 꽃을 볼 수 있다. 바람꽃은 설악산과 점봉산까지만 내려와서 자란다. 바람꽃 종류들이 대부분 4-5월에 꽃을 피우지만, 설악산 높은 능선에서 자라는 이 식물만은 초여름이 되어야 꽃이 피기 시작한다. 숲바람꽃과 들바람꽃도 남한에서는 자라는 곳이 매우 한정된 식물이다. 숲바람꽃은 강원도 태백산, 가리왕산 정도에서 알려져 있고, 들바람꽃은 태백산에서만 보고되었다. 이번달 초순부터 변산바람꽃을 시작으로 불어올 바람꽃 바람은 얼어붙었던 대지 위로 널리 퍼져나가 이윽고 봄 산을 온통 바람꽃 천국으로 만들 것이다. 바람꽃 바람은 봄소식 실은 꽃바람이고, 생명의 노래를 담은 기운 넘치는 바람일 것이니, 추운 겨울을 견뎌온 우리들 마음에 더욱 절실하게 와 닿는 바람이기도 하다. 미니식물도감/ 변산바람꽃 Eranthis byunsanensis B.Y. Sun (미나리아재비과) 변산에서 처음 발견된 한국특산의 여러해살이풀 마이산, 변산반도, 선운산, 내장산, 설악산의 동해 쪽 계곡, 토함산, 지리산, 한라산의 낙엽수림 밑에 자라는 한국특산의 여러해살이풀이다. 줄기는 높이 10-30cm다. 뿌리잎은 오각상 원형으로 길이와 폭이 각각 3-5cm, 3갈래로 깊게 갈라진다. 꽃은 2-3월 줄기 끝에 한 개씩 피며, 흰색 또는 분홍빛이 조금 돌고, 지름 2-3cm다. 꽃자루는 털이 없고, 길이 1cm쯤이다. 꽃을 받치고 있는 꽃싸개잎은 2장, 잎자루가 없고, 3-4갈래로 갈라지는데 갈래는 가장자리가 밋밋한 선형이다. 꽃받침잎은 5-7장, 꽃잎처럼 보인다. 꽃잎은 4-11장, 깔때기 모양, 노란빛이 도는 녹색, 길이 3-4mm다. 수술은 많고, 길이 5-8mm다. 열매는 골돌, 길이 1cm쯤이다. 너도바람꽃(E. stellata Maxim.)과는 분포 지역, 꽃싸개잎 및 꽃잎 모양이 다르다. 일본특산식물인 E. pinnatifida Maxim.은 꽃잎이 Y자로 완전히 갈라지므로 이 종과 다르다. 설악산에서 잔설 속에 핀 변산바람꽃. 꽃이 일찍 피는 봄꽃으로 손꼽히는 변산바람꽃은 제주도에서 2월 초순부터 피기 시작하여 내장산 일대에서는 2월 중순에 꽃망울을 터뜨린다. (현진오 박사님의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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